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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프리즘]장애인에게도 정당한 편의를 제공한 재판(2019.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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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날짜19-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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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을 보러 온 청각장애인들은 수어통역과 문자통역 두 가지 편의제공으로 그 어느 때보다 재판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지난 연재에서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이 영화를 보기 위해서 화면해설과 자막이 필요하고, 영화상영업자를 상대로 이를 제공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 소송은 특히 청각장애인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변론이 열릴 때마다 청각장애인들이 꾸준히 방청하러 오고 있고, 청각장애인 원고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출석하고 있다. 청각장애인은 재판과정에 어떻게 참여할까?

 

보통 민사재판에서는 청각장애인 당사자를 위해 수어통역을 제공하고 있다. 수어라는 말이 어색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수어는 수화를 대체하는 표현으로 수어도 언어의 하나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소송에서도 청각장애인 원고의 소통을 위해 수어통역을 신청했다. 법원에는 등록된 수어통역사가 있다.

 

수어통역 신청을 받은 재판부는 등록된 수어통역사 가운데 한 명을 통역인으로 지정한다. 통역인으로 지정된 수어통역사는 기일에 법정에 나와 선서를 하고 통역을 시작한다. 이 소송에서도 재판이 열릴 때마다 수어통역사가 한 명 통역인으로 나왔다. 그 통역인은 재판하는 내내 열심히 수어를 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소송에서 쌍방 대리인은 격론을 벌였다. 한 사람이 이야기하는 도중에 끼어들어 자기주장을 펴기도 하고, 재판장을 설득하기 위해서 양측 대리인이 동시에 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재판에 출석한 청각장애인 원고는 수어통역만으로 재판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리인들이 논쟁을 벌이면 통역인으로 출석한 수어통역사가 그것을 듣고 있다가 논쟁이 끝나면 간단히 요지만 전달하는 것 같다고 했다. 사실 통역인이 누구라도 쌍방 대리인이 서로 말하는 것을 그대로 통역하기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가뜩이나 어려운 법률용어를 수어로 표현하는 것은 더 힘들 것 같았다.

 

1심이 끝나고 항소심이 시작되었다. 변론기일을 앞두고 대리인단은 재판부에 청각장애인을 위해 수어통역과 문자통역(음성언어를 속기사가 속기해 스크린에 보여주는 것)을 동시에 제공할 것을 신청했다. 그 신청을 받은 재판부(서울고등법원 민사제5부 한규현 부장판사)는 청각장애인 당사자가 재판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재판과정에서는 처음으로 수어통역과 문자통역을 동시에 제공했다.

 

항소심이 진행된다는 소식에 소송에 관심이 많은 청각장애인 20여명이 재판을 방청하기 위해 참석했다. 법정은 여느 법정과는 조금 달랐다. 방청석 앞에는 2개의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었고, 재판 내용이 속기되어 스크린에 나타났다. 통역인도 오른쪽 스크린 옆에서 수어통역을 했다. 재판을 보러 온 청각장애인들은 수어통역과 문자통역 두 가지 편의 제공으로 그 어느 때보다 재판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고 매우 만족해 했다.

 

정작 당일 청각장애인 원고들은 개인 사정으로 재판에 참석하지 못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방청석에 있는 청각장애인을 배려, 이 두 가지 편의를 모두 제공해 재판과정을 지켜볼 수 있도록 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6조 제4항은 공공기관이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날 재판은 소송 당사자인 원고와 피고뿐만 아니라 재판 방청을 원하는 장애인에게도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을 이행한 좋은 사례가 되었다. 앞으로 이 같은 사례가 더욱 확대되어 장애인이 관련된 재판과정에서 당사자가 배제되지 않도록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검토와 지원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김재왕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출처 :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201901141255381&pt=nv#csidx75e93527a2bc0f591a46ce153368af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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